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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7편] 언제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언제 방향을 바꿔야 하는가? Discovery by 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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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회 작성일 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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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7편] 언제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언제 방향을 바꿔야 하는가? Discovery by Design의 의사결정 경로


지난 글에서는 신약 개발의 위험을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는 위험(Knowable Risk),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줄여 나갈 수 있는 위험(Reducible Risk), 그리고 현재의 과학으로도 끝까지 남을 수밖에 없는 위험(Residual Risk)이다.


설계 기반 개발(Discovery by Design, DbD)은 이러한 위험 지형(Risk Landscape)을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근거(Evidence)를 설계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위험 지형도 이해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Go인가, No-Go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신약 개발의 의사결정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좋은 프로젝트는 단순히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거에 따라 가장 가치 있는 방향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DbD에서 의사결정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항로를 계속 수정해 가는 내비게이션(Navigation) 과정이다.


▶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이유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기업마다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어떤 회사는 임상 2상 결과를 보고 개발을 중단한다. 반면 다른 회사는 같은 결과를 보고 환자군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적응증을 선택하며, 개발 전략을 수정한다.


누가 맞았을까?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내비게이션하느냐이다.


DbD에서는 근거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경로도 함께 수정된다. 좋은 의사결정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거를 이용하여 프로젝트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 NK1은 실패한 프로젝트였을까?

NK1 수용체 길항제는 한때 통증과 우울증 치료제로 큰 기대를 받았다. 동물실험에서는 반복적으로 우수한 결과가 보고되었고, Substance P는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임상시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NK1은 실패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DbD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정말 NK1라는 타깃이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잘못된 적응증을 선택했던 것일까?


실제로 NK1 길항제인 aprepitant는 항암화학요법에 의한 오심과 구토(CINV)에서는 뛰어난 임상 효과를 보였고, 현재도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타깃은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적응증이었다.


DbD에서는 이러한 결정을 방향 전환(Redirect)이라고 부른다.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치가 높은 목적지를 다시 찾는 것이다. DbD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적응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개발 단계부터 어떻게 축적할 것인가이다. 예를 들어 질환별 표적 발현, 환자 조직 분석, 질환 생리학, PK-PD 특성, 임상 바이오마커 등을 함께 검토했다면 NK1 길항제가 가장 큰 가치를 가질 적응증을 더 일찍 예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신약 개발의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혁신 신약은 처음부터 현재의 적응증을 목표로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Sildenafil은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관찰되었고, 발기부전 치료제로 방향을 바꾸면서 세계적인 의약품이 되었다. 이후에는 다시 폐동맥고혈압으로 적응증이 확장되었다. Sildenafil의 방향을 바꾼 것은 우연히 관찰된 임상 현상만이 아니었다.


이후 PDE 동형 선택성(isoform selectivity), 음경 해면체 조직에서의 PDE5 발현, NO-cGMP 신호전달 연구, 임상 약력학 분석 등이 축적되면서 이 현상이 일시적인 부작용이 아니라 새로운 적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전임이 확인되었다.


즉, 새로운 근거가 방향 전환이라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DbD에서는 이러한 연구들이 단순한 기전 연구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는 의사결정 지지 근거로 이해된다.


Minoxidil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는 고혈압 치료제였지만, 임상에서 관찰된 발모 효과가 새로운 치료 영역을 열었다. Ketamine 역시 마취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난치성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Thalidomide는 더욱 극적인 사례이다. 한때 심각한 기형 유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신약 개발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후 면역조절 및 항혈관신생 효과가 밝혀지면서 다발성 골수종과 나병성 결절홍반 치료제로 다시 개발되었고, 현재는 lenalidomide와 pomalidomide 등 새로운 유도체 개발로까지 이어졌다.


면역조절 기전, cereblon(CRBN) 결합, 항혈관신생 작용에 대한 새로운 생물학적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사용을 넘어 새로운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하였다. DbD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기초연구 자체가 새로운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근거였다.


하나의 화합물이 완전히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DbD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재사용(repurposing)이 아니다. 새로운 근거가 프로젝트의 내비게이션을 완전히 바꾼 사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사례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개발 방식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비표적 효과(Off-target effect), 예기치 못한 발견(Unexpected finding), 불필요한 신호(Noise)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DbD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새로운 기회(Opportunity)는 아닐까?


모든 예상 밖의 결과가 실패는 아니다. 어떤 결과는 새로운 개발 방향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내비게이션 신호일 수도 있다.


▶ GLP-1은 끝없이 확장되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GLP-1 수용체 효능제는 처음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체중 감소, 심혈관 보호, 신장 보호, 대사질환 개선 등 새로운 근거가 계속 축적되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하나의 적응증에 머무르지 않았다. 비만, 심혈관질환, 만성 신질환, 대사이상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 그리고 다양한 신경계 질환까지 개발 방향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다. GLP-1의 적응증이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체중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다. 심혈관 결과 연구(outcome trial), 신장 보호 효과, 대사 개선 기전, 조직별 GLP-1 수용체 생물학 등 새로운 근거가 계속 축적되면서 프로젝트의 가치가 재평가되었다.


가치의 확장을 야기하는 의사결정은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새로운 근거가 프로젝트의 방향을 계속 수정해 왔기 때문이다. DbD에서는 이러한 의사결정을 확장(Expand)이라고 정의한다. 좋은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가장 큰 시장을 선택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새로운 근거에 따라 프로젝트의 가치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DbD는 새로운 적응증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적응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축적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 의사결정 경로(Decision Pathway)는 내비게이션이다.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서는 의사결정을 진행(Go) 또는 중단(No-Go)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 Go(진행)

⚫ Conditional Go(조건부 진행)

⚫ Hold(보류)

⚫ Pivot(접근 방식 변경)

⚫ Redirect(방향 전환)

⚫ Expand(확장)

⚫ Terminate(종료)


DbD에서는 이 모든 선택을 의사결정 경로라고 부른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 옳으냐가 아니다. 현재의 근거와 현재의 위험 지형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과학적 가치, 임상적 가치, 상업적 가치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심판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이다.


▶ 맺음말

좋은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가장 좋은 방향으로 출발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새로운 근거가 축적될 때마다 더 좋은 방향을 가장 빨리 찾아가는 프로젝트이다. DbD는 위험을 줄이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 역시 개발 단계에서 발견하고 검증해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DbD에서 의사결정 경로는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인지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다. 새로운 근거를 통해 위험을 이해하고, 기회를 발견하며, 프로젝트의 과학적·임상적·상업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해 가는 내비게이션 과정이다.

 

좋은 의사결정은 좋은 직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더 좋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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