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5편] 신약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근거(Evidence)의 질로 성공한다. 왜 어떤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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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영 교수·대표 시리즈 칼럼: 5편] 신약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근거(Evidence)의 질로 성공한다. 왜 어떤 데이터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바꾸는가?
▶ Discovery by Design의 근거 구조Discovery by Design에서는 Evidence를 단순히 실험 종류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 Evidence가 어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 질환 근거/ 이 타깃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가?/ Transcriptomics, pathology
- 기전 근거/ 실제로 이 기전이 작동하는가?/ Cell biology, animal pharmacology
- 인간 중개의학적 근거/ 사람에서도 같은 방향인가?/ Human genetics, patient tissue
- 임상 예측 근거/ 어떤 환자가 효과를 볼 것인가?/ HER2, EGFR, companion diagnostics
- 의사결정 보조 관련 근거/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PK, BBB occupancy, Go/No-Go biomarker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래 단계가 위 단계보다 항상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프로젝트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질문이 다르다. Discovery by Design은 "지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줄여 줄 Evidence를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뇌혈관장벽 투과(BBB Penetration)는 왜 CNS 신약개발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중추신경계 약물을 개발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듣는다. 약이 정말 뇌까지 들어가는가? 생각보다 단순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수년간의 개발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후보물질이 아무리 뛰어난 세포 효능을 보이고, 동물 행동실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사람의 뇌에서 충분한 농도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임상시험의 실패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반대로 초기 단계에서 뇌혈관장벽 투과도, 약력학적 바이오마커, 뇌척수액 바이오마커, PET 기반 타깃 결합 확인 등을 통해 사람에서 실제로 표적에 도달한다는 Evidence를 확보하면, 후속 임상시험의 해석은 훨씬 명확해진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한 PK 자료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후보물질을 바꿔야 하는지, 용량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지원 근거다.
▶ Discovery by Design은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우선순위를 설계한다.
많은 프로젝트는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Discovery by Design은 반대로 질문한다. 지금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 불확실성을 가장 빠르게 줄일 수 있는 Evidence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연구비의 우선순위도, 실험 순서도, 공동연구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좋은 프로젝트는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진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한 프로젝트이다.
▶ 같은 비용이라면 어떤 실험을 먼저 해야 하는가?
현실의 신약개발에서는 시간과 예산이 무한하지 않다. 특히 초기 바이오벤처는 제한된 자금으로 수많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모든 실험을 동시에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약리학도 하고, 독성도 하고, RNA-seq도 하고, 동물 모델에서 효력 증명 실험도 하고, Proteomics도 하고, Single-cell sequencing도 하고, Spatial transcriptomics도 한다. 발표자료는 점점 두꺼워진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직 남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말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하는가?" Discovery by Design은 여기서 질문을 바꾼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가장 빨리 답할 수 있는 Evidence는 무엇인가? 이 두 질문이 모든 실험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 같은 1억 원이라도 만들어내는 가치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1억 원의 연구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다.
· 동물실험을 세 번 더 수행할 수도 있고,
· RNA-seq을 반복할 수도 있고,
· Proteomics를 추가할 수도 있고,
· 환자 조직을 확보할 수도 있고,
· Human genetics를 분석할 수도 있고,
· PET occupancy를 수행할 수도 있다.
모든 실험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가치를 만드는 정도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유전학 데이터 하나가 타깃 검증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인다면, 그 가치는 반복적인 동물실험 수십 개보다 클 수도 있다. 반대로 후보물질이 사람의 뇌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효력 실험은 프로젝트의 핵심 위험을 줄여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즉, 연구비는 실험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
▶ 근거 우선순위 매트릭스(Evidence Priority Matrix)
여기서 Discovery by Design은 하나의 간단한 질문을 제안한다. 새로운 실험을 계획할 때마다 다음 다섯 가지를 먼저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
- 이 Evidence는 어떤 질문에 답하는가?/ Target, PK, Patient, Safety, Commercial?
- 어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가?/ Go, Hold, Pivot, No-Go?
- 현재 가장 큰 불확실성을 줄이는가?/ Yes or No
- 같은 비용으로 더 큰 불확실성을 줄일 방법은 없는가?/ Priority 비교
- 이 Evidence가 나오면 다음 행동이 무엇으로 바뀌는가?/ 실행계획 변화
이 표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실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도구이다.
▶ Discovery by Design은 실험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흔히 오해가 생긴다. Discovery by Design은 실험을 줄이자는 접근이 아니다. 기초과학을 줄이자는 접근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기초과학이 가장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질문을 먼저 찾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Biology)을 발견했다면, 그 발견을 더 깊이 연구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Evidence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미 충분한 생물학적 근거가 확보되어 있다면, 추가적인 기초연구보다 인간에서의 근거 확인(validation)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즉, Discovery by Design은 기초과학적 발견과 개발 전략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현재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Evidence를 찾으려는 접근이다. 따라서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기초과학이 가장 중요한 Evidence가 되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임상 바이오마커가 가장 중요한 Evidence가 된다. 중요한 것은 실험의 종류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 주는가이다.
▶ 좋은 Evidence는 다음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좋은 연구는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찾고, 그 질문에 답할 Evidence를 적절한 순서로 만드는 연구다. 좋은 실험 역시 논문의 그림(Figure)을 하나 더 추가하는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타깃을 계속 개발할 것인지, 후보물질을 바꿀 것인지, 환자군을 좁힐 것인지, 추가 투자를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Discovery by Design은 모든 실험을 동일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각 실험이 어떤 질문에 답하는지, 어떤 불확실성을 줄이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다음 행동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Evidence가 새롭게 축적되면 프로젝트는 다시 질문하고, 다시 판단하며, 다시 설계된다. Discovery by Design이 고정된 개발 계획이 아니라 근거 기반 재환류 시스템(Evidence-based Re-iteration System)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약개발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 아니다. 핵심 불확실성을 하나씩 줄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프로젝트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가장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하는 Evidence다. 신약개발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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