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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Discovery by Design: 한국 바이오의 성공 확률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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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회 작성일 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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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Discovery by Design: 한국 바이오의 성공 확률을 설계하다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숨 가쁘게 성장해 왔다. 새로운 표적을 찾아내고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며, 이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혁신 신약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가능성을 쫓아 신약 개발의 긴 여정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뜨거운 도전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의 기대를 채울 만큼 뚜렷한 성공의 결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과학이 부족했던 것일까, 경험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지금까지 신약 개발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고 새로운 표적에 기반한 혁신 신약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 국민적 기대를 채울 만한 성장 사례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패러다임이 잘못되었나?


Pharm뉴스는 K-Pharm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Discovery by Design: 한국 바이오의 성공 확률을 설계하다』를 기획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고군분투해 온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 제1회. 좋은 과학은 왜 좋은 신약이 되지 못하는가?

신약 개발은 실패율이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모든 실패가 임상시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후보물질은 임상에 진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로 개발이 시작된다.

우리는 신약 개발의 실패를 이야기할 때 흔히 임상시험을 떠올린다. 수백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임상 2상이나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장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성공하기 어려운 후보물질이 임상시험까지 올라온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신약 개발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질문이다.

신약 개발은 여러 단계가 독립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처럼 보인다. 후보물질 발굴(Discovery), 비임상, 임상, 허가라는 순서가 마치 하나의 릴레이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개발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 임상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는 임상 단계에서 처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의사결정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임상에서 적절한 환자를 선별할 바이오마커(Biomarker)가 없다는 사실은 임상시험을 시작한 뒤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어려운 중추신경계 질환 등을 제외하고, 바이오마커 없이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 뛰어드는 것은 높은 실패 확률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권장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체에서 충분히 재현되지 않는 표적(target)이라는 사실 역시 임상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경우보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간 유전학(human genetics) 연구를 통해 질환과의 연관성이 강하게 입증된 표적은 그렇지 않은 표적에 비해 임상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인간 생물학적 근거(human biological evidence)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이후 개발 성공 확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제조가 어렵거나 특허 경쟁력이 부족한 후보물질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뒤에서 나타나지만, 원인은 훨씬 앞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과학적 성공 가능성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과학적 가치(Scientific Value)뿐만 아니라 임상적 가치(Clinical Value)와 상업적 가치(Commercial Value)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같은 생물학적 발견이라도 어떤 특허 전략을 선택하는지, 어떤 적응증을 우선 개발하는지, 플랫폼으로 확장이 가능한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개발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기술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후보물질 발굴 단계는 단순히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인 동시에, 미래의 임상적 가치와 사업적 가치를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건축에서 건물이 완공된 뒤 구조적 결함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 문제가 완공 단계에서 생긴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설계와 기초공사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문제이다.

신약 개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상시험은 많은 문제를 드러내는 단계일 뿐, 그 문제를 만들어내는 단계는 아닌 경우가 많다.


발견을 넘어 '설계'로: Discovery by Design


물론 모든 실패를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하며, 뛰어난 후보물질도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임상에서 확인되는 많은 위험은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미리 예측하거나 최소한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었던 위험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항공기, 자동차, 반도체와 같은 복잡한 산업에서는 최종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먼저 정의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설계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수정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가능한 한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서는 여전히 후보물질 발굴을 단순히 '새로운 표적을 찾는 과정' 또는 '좋은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굴 단계의 본질적 역할은 여전히 새로운 생물학적 발견에 있다.

그러나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신약 개발에서 후보물질 발굴은 단순한 발견의 단계가 아니라, 이후 모든 개발 전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 연구 성과와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가 실제 신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상 실패와 사업화 실패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만,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설계 자체를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문화는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다.

초기 단계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무엇을 설계하지 못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결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개발 전략을 찾지 못한 채 중단되거나, 반대로 충분히 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되어 결국 임상 실패 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적 가치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반드시 새로운 기술만은 아닐 수 있다. 이미 확보한 기술의 과학적 가치(Scientific Value), 임상적 가치(Clinical Value), 그리고 상업적 가치(Commercial Value)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초기 설계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이제 후보물질 발굴의 역할을 다시 정의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표적이나 후보물질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성공 가능한 신약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후보물질 발굴은 '발견(Discovery)'의 과정인 동시에 '설계(Design)'의 과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Discovery by Design이라 부르고자 한다.


Discovery by Design은 선형적인 신약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적 가치, 임상적 가치, 그리고 상업적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및 개발 전략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설계하고, 이를 직접 검증하며, 실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하는 통합적 접근법이다.

후보물질 발굴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 가능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를 현실의 개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Discovery by Design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왜 신약 개발이 '발견 중심(Discovery-driven)'에서 '설계와 실행 중심(Design-driven)'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해 보고자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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